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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22(금), 문화일보 '문화'면에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7. 19(목)에 있을 '창단연주회'를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단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까요?

악보도, 지휘자도 없지만…“소리가 보여요” 감동의 화음
세계 첫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체임버’ /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
▲ 세계 최초의 시각 장애인 관현악단인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 지하 강당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바이올린이 또 틀렸어. 음계가 안맞아.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21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 지하 1층 강당.
10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초의 시각 장애인 관현악단인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는
내달 19일로 예정된 창단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연습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좀처럼 끝을 맺지 못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박현성(여·23·바이올린)씨가 또 음계를 놓쳤다.
지난 한 달 동안 점자를 더듬어 악보를 통째로 외웠지만 머릿속에 그려놓은 악보는
dk직도 선명하지 않다. 박씨만이 아니다. 악보를 보는 연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창단 공연에서 ‘장애 없는 연주’를 보여주는 것이 단원들의 꿈이다.
“악보도, 지휘자도 없습니다. 서로의 눈빛을 볼 수도 없어요.
하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음악적 완성도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클라리넷을 담당하는 이상재(41) 음악감독도 1급 시각 장애인이다.
일곱 살 때 녹내장으로 실명한 그는 중앙대 음대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피바디음대를 나왔다.
이 감독은 “10명의 연주자가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연주자가 10개의 악기를 다루듯이 연주해야 화음을 맞출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는 창단 공연에서 슈베트르의 ‘세레나데’,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No. 10)’,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No. 5)’,
엔리오모리코네의 ‘시네마천국’ 등 영화음악까지 모두 11곡의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단원들은 보이지 않는 무대를 상상하며 하루 10시간씩 악기를 붙들고
연습에 매달리고 있다. 이제는 ‘불가능한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동안의 연습에서 호흡을 맞추기 위해 발을 은밀하게 굴러 신호를 주고 받는 요령도 생겼다.
플루트 연주자 장성주(40)씨는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겠다”던 고집을 꺾고
7년 만에 다시 악기를 잡았다. 그는 “나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시각 장애인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밤잠을 잊고 연습에 매달리다
며칠 전에는 왼쪽 목에 마비가 왔다. 그래도 치료보다 연주가 우선이다.
대구에 사는 구남희(여·36·첼로)씨는 연습을 위해 매주 무거운 악기를 들고
대구와 서울을 오가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심장이상 후유증으로 실명한
구씨도 장애를 극복하고 독일함부르크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인간승리의 주인공.
대학에 다닐 때는 두 동생이 강의 내용을 대신 받아 적어 점역해 줬다고 했다.
그는 “다른 음악인들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힘들게 공부했는데
연주를 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며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한스아이슬러 음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종훈(40·바이올린)씨는 비장애인
사이에서도 인정 받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여덟살때 음악을 시작한 그는
타고난 감성을 바탕으로 정확한 테크닉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각 장애인들과의 협연은 처음이다.
김씨는 “그동안 혼자 연주하다가 다른 시각 장애인들과 함께 연주하니
소리가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6-22
:: 기사 원문 바로가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706220103012703100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