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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을 이틀 남겨 둔 지난 주 11월 29일날 이른 아침 7시...
길어진 밤탓에 여전히 컴컴한 골목에 오늘 저녁에 있을 김해 지방공연을 위해 재단 직원들과 봉사자, 그리고 하트-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 단원과 객원 분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행사 진행물품과 공연 팜플렛 등을 꼼꼼히 챙겨들고 우리 25명은 버스에 올라 부산과 대구에서 출발하는 단원들과 만날 장소와 리허설 시간을 정하는 동안 차는 어느새 고속도로로 진입했습니다. 창 밖으로 이제야 고개를 내미는 바알간 태양을 보면서 이제 시작된 지방공연이 순조롭고 성황리에 마무리 되길 속으로 기원했습니다 .
* 지방공연으로 체험하게 된 시각장애인분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
9시 반쯤 들른 충주휴게소... 미처 먹지 못한 아침요기거리를 간단히 챙기고, 부지런히 출발해 11시 반쯤 도착한 청도휴게소에서 내려 이른 점심을 먹었습니다. 하루도 아닌 반나절을 동행하고 하트-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 단원 분들이 일상생활에서 겪게 될 여러가지 불편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항상 재단에서 연습이 이루어졌고 차로 1시간이 넘는 긴 거리를 이동한 적이 없어 시각장애인분들의 일상적인 어려움을 깨닫지 못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속버스의 경우 높고 불규칙한 승차 계단은 시각장애인분들이 걸음을 옮기기엔 여러가지로 불편했고, 선반이나 통로에 점자 좌석번호가 없어 화장실 등을 갔다 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또 짐칸으로 인한 낮은 천장은 이 분들이 '벌떡' 일어서는 경우 이마를 머리에 찧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휴게소에서도 화장실까지 가는 길은 우리 조차도 돌진하는 차들과 어지러이 주차된 차들 때문에 조심히 주위를 살펴야 했습니다.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유도블럭은 휴게소 바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휴게소 건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 가야하는데, 시작장애인분들도 힘들겠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들의 경우는 화장실까지 진입은 거의 불가능해 보여 화장실 한쪽에 위치한 장애인전용칸이 얼마나 쓰임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 시각장애인분과 길을 가시거나 도움을 주고 싶으실 경우 그저 한 쪽 팔을 내밀어 살짝 걸치게만 해주시기만 하면 여러분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오신답니다. 그리고 계단의 경우 시작되는 곳과 끝나는 계단, 숫자가 적은 경우 갯수를 말씀해 주시기만하면 된답니다.
예를 들어,
" 이제부터 계단입니다." "이제부터 계단 세개를 올라가셔야 합니다."
" 앞에 둔턱이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 식사를 함께할 경우에는 반찬의 위치를 알려주시는 겁니다. 손을 잡고 반찬그릇들을 하나 하나 만지게 하셔서 위치를 인식하게 해주시면 그 분들이 원하는 반찬을 먹게 되거든요. 물이나 음료를 드릴 경우도 시각장애인 분의 한 쪽 손에다 안전하게 쥐어 주시며 ' 뜨거운 물입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고 알려주시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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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에서의 공연은...
장장 6시간이 걸린 장거리 여행에 지쳐 갈 즈음,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선암다리(김해교)를 지나 드디어 김해문화의전당에 도착했습니다. 추웠던 서울 날씨와는 달리 코트를 벗어야 할 정도로 따스한 날씨가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습니다.
피곤함을 뒤로하고 시작된 리허설, 생각보다 소리가 퍼지지 않아 단원 모두 난감한 기색입니다. 연주보다는 공연 중심으로 만들어진 '김해문화의 전당 누리홀'은 독주에 알맞은 장소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에는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들을 때마다 행복해지는 소리를 내는 김종훈 악장님의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펴지지 않아 너무 애석했지만, 이날 개인사정으로 몇 년간 플룻을 손에서 놓았다가 오케스트라에 합류해 다시 플룻을 잡았다며 항상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던 장성주님이 자신만의 소리와 기교로 이런 애석함을 채워주셨습니다.
울림이 적은 연주홀의 단점을 보완한 단원분들의 열정적인 연주에 꽉 찬 객석의 관객들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 안내원에게 '언제 다시 연주회를 하냐?'며... 정말 휼룽한 연주였다며 우리에게 힘을 주셨습니다.
7명의 재단 직원이 열심히 준비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던 김해공연... 부산과 김해에서 와주신 10 여명의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이 있어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객석에 자리가 없어 발길을 되돌려야 했던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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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서의 공연은...
10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된 김해의 공연장, 내일 공연을 위해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숙소로 바로 이동했습니다.
그 다음날인 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피곤으로 지친 단원들과 재단 식구 들은 늦은 아침을 먹고 두번째 여정지인 대구로 출발했습니다. 전 날의 따스한 날씨와는 다르게 내려간 기온은 우리에게 피곤과 긴장감을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갔던 버스를 다시 북쪽으로 돌려 대구로 출발해 전 날 들렀던 청도 휴게소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와 대구북구문화예술회관의 고립된 위치로 텅 빈 객석이 될까봐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던 공연시간... 공연 한 시간 전 인데도 10여명 안팍의 관객이 오셔서 긴장한 우리들, 6시 50분이 되자 하나 둘씩 밀려들기 시작한 가족들과 아이들로 어느새 400석이 넘는 좌석이 거의 채워지고 단원분들도 열정적인 연주가 다시 힘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추운날씨에 안내 데스크를 지키던 우리에게 갓 뽑은 율무차를 나눠주시던 어떤 어머님, 우리에게 힘내라며 호두과자와 귤을 주시던 구남희님의 어머님,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와주셔서 추운 날씨에 함께해주신 봉사자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누군가 서울에 몰린 문화 시설과 이런 집중화에 따른 문화 불균형에 대해 지적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 지방공연을 통해 김해와 대구도 서울 못지 않은 시설과 관객수준을 자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박3일의 긴 여정이었지만, 새벽 2시에 도착한 서울에서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더 관계가 돈독해진 단원들과 재단 식구들을 보면서 참 의미있는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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