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 장애'청소년 관현악단 알고있니?
며칠전,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대학교에 들어와 가끔 마주치면 인사 정도를 주고받는 사이의 친구였다.
"은아야, 너 요즘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기자활동 한다며? 혹시 '하트-하트윈드오케스트라'라고 아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뜬금없는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아니, 잘 몰라. 왜?"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작년에 그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적이 있어. 네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활동한다면 이번 공연에 너도 한번 가봤음 좋겠다 싶어서"
라고 말하며 환희 웃어 보였다. "발달 장애인들로 이루어진 관현악단인데 말로는 설명 못해. 가서 직접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아마 너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나도 그랬거든" 친구의 강력 추천에 어떤 공연이길래 이토록 추천을 할까란 호기심과 기대로 취재 결심을 했다.
■ 영혼이 만들어 내는 환상의 하모니 팬이 되어...
압구정역에 내려서 밖으로 나왔을 때는 비가 완전히 그친 뒤였다. 미리 적어온 약도대로 길을 따라 가니 곧 내 눈 앞에는 그들의 특별한 음악회가
열릴 '장천아트홀'이 나타났다. 앞에 주차되어 있는 노란 버스는 <하트-하트윈드오케스트라>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프린팅되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사전 취재 요청을 드렸던 선희정씨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리고는 곧장 리허설이 한창인 무대로 나를 안내해 주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에 내려서는 순간, 내 귓가로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가 스며들었다. 공연장의 육중한 문을 밀어냄과 동시에
그들의 연주는 더욱 또렷하고 오롯이 내게 전해졌다. 그곳은 트럼펫의 협연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나는 순간 강한 충격을 받았다.
'대체 누가 발달 장애인이란 말인가?' 무대 위에서 각자의 악기렬 연주하고 있는 모습은 일반 오케스트라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악보를 바라보고, 지휘자 손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열심히 악기를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미소짓게 하고,
우러나오는 박수를 치도록 하는 최고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무대 위에 바라보는 나를 향해 한 단원이 찡긋 웃어보였다. 검은 양복에 나비네[ㄱ타이를 맨 그는 플롯을 불고 있었다.
한없이 맑은 그의 미소에 나도 따라 웃었다. 서로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가슴 깊숙이까지 따뜻하게 비춰주는 그 미소가 벌써 그립다.
나는 그렇게 '영수'의 팬이 되었다.
■ 그들의 노력과 어머니의 사랑이 더해진 '환상의 하모니'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나는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살아있는 연주를 담아내고 싶었다.
동영상도 열심히 찍었다. 하지만 역시 사진이나 동영상은 순간의 부분적인 기억만이 새겨질 뿐이다. 그림이 실제 작품을 전시회장에서보는 것과 책 속 삽화로 접하는 것이 어마어마한 차이를 갖듯이, 음악 또는 실제 공연장에 가서 공기의 울림을 타고 전파되는 소리를 듣는 것과 연주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전자기기를 거쳐 듣는 것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갖는다.
나는 동영상 찍기를 포기하고 그냥 내 두 귀로 감상하기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나는 내 옆에 앉아 계신 한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들었다.
오케스트라 단원인 이택승(21, 백성문화대학 일본어과)군의 어머니셨다. 낮게 읊조리시는 기도 소리에는 아들에 대한 사랑과 축복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기도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살며시 말을 건네 보았다.
내 아들은 이 오케스트라가 생기고 얼마 안돼서 오디션을 봤고, 합격해서 지금은 플롯을 불고 있어요. 그 전엔 그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단원으로서의 소속감으로 떳떳하고 마음의 안정감도 얻었어요. 우리 아들이 악기를 연주할 때 얼마나 기뻐하는지 몰라요.
얼마전엔 시카고로 해외 공연도 다녀왔어요. 병원에도 여러번 공연을 가서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어 드리는 음악을 연주하고 왔어요."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