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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최수종의 행복일기 ② 미소천사 알리마
첨부파일 : 등록일 : 2012-05-15 09:17:41 조회수 : 27437
최수종은 수십 년이 넘는 연기 경력과 더불어 남 모르는 선행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베테랑 배우다. 어느 덧 데뷔 25년 차인 그이지만 뒤처지지 않는 연기, 특유의 잘생긴 외모로 국내를 넘어 일본팬까지 확보하고 있다.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이기도 한 최수종은 꾸준한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를 방문해 따뜻한 손길로 현지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소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본지는 최수종이 직접 쓴 ‘행복일기’를 통해 그의 따뜻한 속내와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 타인과의 소통이 어떻게 행복에 이르게 하는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최수종의 ‘행복일기’ ① “9살 소년의 고된 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② “미소천사 알리마”
최수종의 ‘행복일기’ ③ “소년 라시드, 엄마 아빠의 눈이 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④ “흙탕물로 생계를 유지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⑤ “트라코마에도 꿋꿋한 부녀의 情”
최수종의 ‘행복일기’ ⑥ “함께 노래하고, 소통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⑦ “아이들의 눈이 되주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⑧ “부모라서, 미안해”
최수종의 ‘행복일기’ ⑨ “한 줄기 희망의 빛, 저는 믿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⑩ “작은 실천, 사랑의 초석으로..”


<프롤로그>
영화촬영을 마무리하고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 자격으로 지난 4월 7일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탄자니아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남들은 한 번 가기도 힘들다는 아프리카, 그것도 동일한 국가를 한 번 더 방문한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1년 전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탄자니아 남부에 위치한 음트와라라는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새로운 지역과 만남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도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탄자니아를 방문했지만, 인천공항에서 카타르의 도하를 경유하고, 탄자니아 다레살람에서 다시 국내선 항공으로 갈아타고 도착한 음트와라는 1년 전 제 기억 속에 있는 탄자니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는 대비되는 현지인들의 삶, 절대빈곤이라는 현실적 한계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찾은 음트와라는 탄자니아 내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타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의 발길조차 뜸한 곳이었습니다.
사랑과 희망을 나누러 가는 길, 제 바람은 늘 한결같습니다. 5박 7일의 일정동안 ‘사랑이란 언어로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 ‘비록 그들이 처한 상황을 내가 변화시킬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의 삶은 분명 이유가 있고, 희망이 있음을 전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11살 가정부 소녀 알리마
 
아유부를 만나고 난 후 저는 알리마를 만나러 갔습니다. 알리마는 밝은 웃음이 매력적인 소녀였습니다. 자신을 짓누르는 힘든 상황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알리마의 미소를 본 순간 제 마음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알리마는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에서 6시간이나 떨어진 음트와라로 보내졌다고 했습니다. 알리마는 하루 종일 남의 집 가정부로 허드렛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여리고 작은 소녀가 버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저는 알리마에게 ‘하루종일 일을 하면 대가로 뭘 받니?’라고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 소녀는 ‘재워 주고 먹여준다’고 해맑게 웃으며 답했습니다. 알리마는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동생뻘인 주인집 아이들을 돌보며 밥을 짓고, 빨래와 청소를 했습니다.
 
저는 잠시도 쉴 틈이 없는 알리마의 고사리 손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알리마는 주인집 할머니의 눈치를 보며 괜찮다며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 웃음소리마저 슬프게만 느껴졌습니다.
알리마의 해맑은 웃음은 오히려 가녀린 소녀의 울음 소리 같았습니다. 가족, 특히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한숨이 담겨져 있는 것만 같아 저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알리마가 저에게 작은 부탁을 한 가지 했습니다. 집이 그립다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알리마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고 6시간을 차로 달려 그의 어머니를 데려왔습니다.
 
전혀 예기치 못한 만남에 알리마는 엄마 품에 안겨 소리 내어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게 꿋꿋하던 알리마도 평범한 11살 소녀였습니다. 그 소녀의 소박한 꿈은 엄마와 함께 사는 것, 그리고 학교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알리마의 고된 삶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③는 5월 9일 게재됩니다>

[헤럴드경제] 최수종의 행복일기① 9살 소년의 고된 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헤럴드경제] 최수종의 행복일기 ③소년 라시드, 엄마 아빠의 눈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