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이돌’ 최수종. 그는 수십 년이 넘는 연기 경력과 함께 남 모르는 선행으로 일반 대중들에게는 ‘진정한 스타’로 자리매김한 베테랑 배우다. 어느 덧 데뷔 25년차. 하지만 그의 열정은 남다르기만 하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연기를 하고 특유의 섬세함과 포근함으로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요즘은 국내를 넘어 일본팬까지 확보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이기도 한 최수종은 최근 꾸준한 기부 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를 방문해 따뜻한 손길로 현지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본지는 최수종이 직접 쓴 ‘행복일기’를 통해 그의 따뜻한 속내와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 타인과의 소통이 어떻게 행복에 이르게 하는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최수종의 ‘행복일기’ ① “9살 소년의 고된 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② “미소천사 알리마”
최수종의 ‘행복일기’ ③ “소년 라시드, 엄마 아빠의 눈이 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④ “흙탕물로 생계를 유지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⑤ “트라코마에도 꿋꿋한 부녀의 情”
최수종의 ‘행복일기’ ⑥ “함께 노래하고, 소통하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⑦ “아이들의 눈이 되주고 싶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⑧ “부모라서, 미안해”
최수종의 ‘행복일기’ ⑨ “한 줄기 희망의 빛, 저는 믿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 ⑩ “작은 실천, 사랑의 초석으로..”

 

<프롤로그>

영화촬영을 마무리하고 하트하트재단의 친선대사 자격으로 지난 4월 7일 탄자니아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죠!. 남들은 한 번 가기도 힘들다는 아프리카, 그것도 동일한 국가를 한 번 더 방문한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길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픔의 땅’ 아프리카는 언제든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년 전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탄자니아 남부에 위치한 음트와라라는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새로운 지역과 만남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기대감도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탄자니아를 방문했지만, 인천공항에서 카타르의 도하를 경유하고, 탄자니아 다레살람에서 다시 국내선 항공으로 갈아타고 도착한 음트와라는 1년 전 제 기억 속에 있는 탄자니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는 대비되는 현지인들의 삶, 절대빈곤이라는 현실적 한계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찾은 음트와라는 탄자니아 내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타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의 발길조차 뜸한 곳이었습니다.

사랑과 희망을 나누러 가는 길, 제 바람은 늘 한결같습니다. 5박 7일의 일정동안 ‘사랑이란 언어로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 ‘비록 그들이 처한 상황을 내가 변화시킬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의 삶은 분명 이유가 있고, 희망이 있음을 전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트라코마로 고통 받는 라시드 가족


 

 

 

비포장도로를 1시간 30분가량 차로 달려 14세 소년가장 라시드를 만나러 갔습니다. 어찌 보면 간단한 일이지만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난과 질병으로 매일 매일을 고통 속에 사는 라시드 가족에 비하면 제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 힘차게 달렸습니다.

 

라시드 가족은 트라코마로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트라코마는 세계 7대 소외열대성질환 중에 하나로 가난한 땅에 사는 사람들의 눈을 공격하는 전염병입니다.

 

이 악질같은 병은 씻을 물이 없어, 화장실이 없어 가난처럼 전염되고 있는 질병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자 사람들의 삶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질병입니다. 트라코마는 세수만 잘해도 예방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든 이곳 사람들은 빗물이 고인 웅덩이 물을 마시고 파리가 들끓는 물로 세수를 합니다. 트라코마는 집파리, 수건으로 인해 전염되기 쉬운데 열악한 위생환경은 파리를 들끓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대면한 순간, 꾹 참고 있었던 눈물이 제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라시드의 가족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래식 화장실, 깨끗하지 못한 물, 그리고 열악한 위생환경이 라시드의 가족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이미 라시드가 태어나기도 전 라시드의 아빠는 트라코마로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아빠는 라시드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제 자식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그 마음을 누가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뿐만이 아니였습니다. 라시드의 엄마 또한 아빠로 인해 트라코마에 전염돼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남은 한쪽 눈마저 고도 저시력으로 2m 앞조차 분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라시드 역시 트라코마에 감염된 상태로,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부모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트라코마로 인한 부모의 실명은 어린 라시드에게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었습니다. 라시드는 투병 중인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습니다. 이 같은 비참한 현실 속 라시드에게는 단 1분의 자유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이 늘 엄마, 아빠를 지켜야 하니까요. 라시드가 그나마 학교를 다니던 때는 부모로부터 자유로운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하루 종일 부모를 부양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땀을 흘려야 해서 힘들다고 했습니다.


 

 

라시드는 오로지 부모를 위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두 눈의 시력이 온전한 사람도 할 일이 없는 이 황망한 세상, 빈곤에 허덕이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저 기회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라시드와 라시드 아빠가 선택할 수 있는 생계를 위한 유일한 수단은 거리에 나가 구걸을 하는 것이었지요. 한참 자존심이 셀 나이에 가족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라시드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습니다. 가족의 유일한 빛인 라시드. 너만은 절대 꺼지지 않는 가족의 희망의 빛이 되라는 마음을 담아 저는 라시드에게 태양광 램프를 선물했습니다.

<최수종의 ‘행복일기’④는 5월 14일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