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김동균씨 "엄마, 결승까진 못 가서 미안해"
"엄마. 나 안 떨었어. 나 안 떨었어. 나 잘했어. 나 잘했어."
연주를 마치고 나온 스물한 살 청년이 아이처럼 말했다. 마흔아홉 엄마가 꼭 껴안았다. "우리 아들, 장해. 정말 장해."
며칠 전 싱가포르 국립대 음악학교의 한 연주실을 창문 너머에서 들여다보던 성은희씨는 가슴을 졸였다. 연주실에선 검정 셔츠에 바지를 입은 아들 김동균씨가 플루트를 들고 심사위원 세 명 앞에 섰다. 그는 바흐의 '파르티타 3악장', 프란시스의 '디베르티멘토 1악장'을 7분 정도 연주했다. 연주를 마친 아들을 안아주며 엄마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싱가포르까지 와서 일반인과 경쟁하니 대견해요. 그동안 마음 아팠던 일들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아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3학년이다. 예술 영재들이 몰리는 이 학교에 입학한 최초의 발달장애인이다. 그는 이날 열린 싱가포르 목관 페스티벌 콩쿠르에서 준결승까지 올랐다. 2010년 시작된 이 대회 첫 장애인 참가자이자 본선 진출자다. 플루트·색소폰 등 8개 부문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로, 주니어와 성인부를 합쳐 각국에서 총 200명가량 출전한다. 연주곡 녹음 심사와 현장 예선을 거쳐 지난 4월 플루트 성인 부문 본선 진출자 7명에 들었다.
첫아이인 아들은 두 돌이 지나도록 '엄마' '아빠'라고 부를 줄 몰랐다.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자폐아 진단을 받던 날 엄마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며 가슴을 쳤다. 부부는 아이를 더는 갖지 않는 대신 정성을 다해 아들을 키우기로 했다. 어머니가 아들을 위한 언어치료사, 운동치료사, 음악치료사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들이 중1 때 성씨는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을 데려갔다. 그게 아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아들이 "반짝이는 플루트가 좋다"며 배우겠다고 나선 것. "아들 인생에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순간이었어요." 1년 뒤 아들은 "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갈 거예요.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그러더니 하루 5시간씩 플루트를 불었다.
부부는 4년 전 아들에게 수천만원짜리 플루트를 사주었다. 전세 아파트에 살며 화원(花園)을 운영하는 형편에서는 큰돈이다. 이에 보답하듯 아들은 전국대회에서 잇따라 상을 받더니 재작년엔 '약속대로' 한예종에 입학했다. 이번 싱가포르 대회에서 결승에는 오르지 못한 아들 동균씨는 "엄마, 미안해. 미안해"라고 했다. 어머니는 "뭐가 미안해. 넌 최선을 다한 거야"라며 어깨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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