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은평구 신사초등학교 교사연수실. 하트하트재단의 장애이해교육 프로그램인 하트해피스쿨 예술강사 김우진(24·지적장애 3급·판교 사랑의교회)씨가 인터뷰 도중 어머니 이옥주(54·분당 할렐루야교회)씨에게 투정하듯 물었다 <본보 7월 18일자 26면 참조>.
“엄마, 이거(인터뷰)하면 나 유명해지는 거야? 나 중고 지하철 수출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이씨가 “응, 유명해지는 거야. 인터뷰도, 연습도 많이 해 전 세계 다니는 유명한 음악가가 되지. 그게 우진이 꿈이지?”라고 묻자 우진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질문을 하며 자신의 관심사를 읊조리듯 말했다.
이씨는 “원래 하나에 빠지면 이렇게 줄줄 외워서 말하고 다닌다”며 이 때문에 어릴 때 학교에서 줄곧 놀림을 당했다고 했다. 돌 때부터 자해 등 자폐 성향을 보이던 우진씨는 생후 40개월쯤 ‘환경에 의한 언어장애’란 진단을 받았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씨는 직장생활에 바빠 아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결단을 내렸다. 우진씨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교사를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뒷바라지에 나섰다.
말을 제대로 못하고 공부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이씨는 미술, 컴퓨터 등 특기교육에 집중했다. 진로지도를 하려거나 재활훈련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진씨는 어느 한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남동생이 배우던 클라리넷 강습을 받아보라 권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진씨가 첫 수업시간에 클라리넷을 불어 소리를 낸 것. 평소 주의가 산만한 김씨지만 클라리넷만 잡으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무섭게 집중했다. 클라리넷을 배운 지 1년 만에 성남시 장애인예술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음악부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기적은 이어졌다. 2007년 김씨는 지적장애인 최초로 계원예고에 입학했다. 이씨는 “온 가족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며 “‘선데이 크리스천’이던 남편이 지인에게 일일이 문자를 돌리며 ‘하나님 축복’이라고 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고교 졸업 뒤 백석예술대 클래식음악학과에 진학한 그는 2010년부터 하트하트재단의 하트하트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하트해피스쿨에는 2012년 합류했다. 넘어설 수 없는 한계는 없다는 걸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어서다.
김씨는 이미 예술가를 꿈꾸는 장애인이나 이들의 어머니에게는 ‘롤 모델’이다. 그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팝페라 소프라노 로즈 장,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와 협연하는 등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이씨가 아들에게 물었다. “우진이 꿈 뭐지? 어떤 기도를 하니?” 우진씨가 답했다. “유명한 연주자 되는 거 기도해요.” 이씨는 “미국 카네기홀 등 세계를 돌며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음악전도사가 되는 게 아들의 꿈이자 소망”이라며 “질그릇도 용도가 있듯 우리 아이 연주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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