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양은 아침 7시, 오후 7시 하루에 두 번 동생에게 약을 먹인다. 저녁때 어두운 등유 램프 밑에서 약을 꺼내다 나무 바닥 틈 사이에 빠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라이양 왼쪽 발목에는 15㎝ 크기의 선명한 화상(火傷) 자국이 있었다. 희미한 등유 램프를 잘못 건드려 덴 것이다. 두 아이는 날이 저물면 앞이 보이지 않아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밤이면 숙제도 집안일도 할 수 없다. 다음날 아침까지 잠만 잘 뿐이다.
캄보디아는 발전 시설이 부족해 전체 가정 가운데 16.4%만 전기를 쓸 수 있다(2003~08 캄보디아 전력청 연간보고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가정의 1kWh당 전기 사용 요금이 약 56원이지만, 시엠 립 도심에서는 1kWh 사용요금이 약 300원, 도심에서 떨어진 이런 시골 마을에서는 1kWh에 1400원이 넘는다. 개인이 발전기를 돌려 마을 사람에게 비싸게 팔기 때문이다.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뿐더러 전기가 있어도 요금이 비싸 쓰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하트-하트 재단은 라이양에게 이동식 태양광 충전 램프를 선물했다. 재단은 다음 달 말까지 캄보디아에 태양광 충전 램프 200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미얀마, 탄자니아 등 다른 저개발 국가 주민들에게 올해 말까지 램프 3500개를 전달할 계획이다.
하트-하트재단은 가난·장애·질병으로 소외된 국내 및 해외 아동과 가족을 돕기 위해 1988년 설립돼 안(眼)질환 환자의 시력회복지원과 결식아동 급식지원, 아동 교육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윤주희(39) 재단 사무국장은 "태양광 충전 램프 보급으로 아이들이 밤에도 공부하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저녁 라이양은 태양광 램프의 밝은 빛 아래에서 동생에게 약을 먹였다. 그는 "밤에도 정확한 시간에 약을 먹일 수 있고, 숙제와 집안일도 할 수 있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쁘라이 린 마을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꺽 까이오 마을에 사는 콘 칸(14) 가족도 태양광 램프를 받았다. 칸은 아버지가 숨진 2년 전부터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와 동생 5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낮에는 논에 가서 벼농사 일을 하고, 밤에는 마을 논에서 개구리를 잡아 소득을 올린다. 칸은 해가 지면 앞이 보이지 않아 소리에 의존해 개구리를 잡는다. 그는 "밝은 램프를 썼더니 밤에도 개구리를 많이 잡을 수 있었다"며 "돈을 더 벌게 됐다"고 좋아했다.
오후 7시면 잠들던 가족들의 생활도 바뀌었다. 칸의 동생 콘 쓰라이눈(12)은 "앞으로는 밤에도 잎을 엮어 지붕 덮개를 만들어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엔 아이들이 책을 펴게 됐다. 어머니 욘 얀(34)씨는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일하는 게 마음 아프다"며 "일 마치고 밤에 조금이라도 공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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