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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틀리면 불호령, 잘하면 극찬 .... 기적 일어났죠

등록일:2008-06-16 조회수:56,675

[중앙일보] 2008년 6월 14일 (수)
 

“틀리면 불호령, 잘하면 극찬 … 기적 일어났죠”

 ‘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 지휘자 박성호씨
   발달장애 청소년 24명 이끌고 9월 미국 공연
   
 

박성호씨가 지휘하는‘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12일 서울 신사동 장천아트홀에서 연주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신사동 장천아트홀.
정종현(19)군이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수석 자리에 앉았다. 오페라 ‘카르멘’ 서곡을 연주하는 동안 정군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간간이 고개를 들어 지휘자를 보다가도 이내 얼굴이 바닥을 향했다. 박자에 맞춰 몸을 앞뒤로 흔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군은 자폐증세로 정신지체 1급 판정을 받았다. 그가 연주하는 곳은 같은 처지의 발달장애 청소년 24명으로 이뤄진 ‘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
그는 이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고 있다.

‘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박성호(34·사진)씨는 정군의 2년 전 모습을 기억한다.

“오케스트라 첫 연습에서 갑자기 악기를 집어던지는 거예요. 그리고 화난 모습으로 일어나 주먹으로 벽을 마구 때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같이 온 어머니는 옆에서 울고 있었어요. 저는 식은땀을 흘렀죠.”

박씨가 “왜 그러냐”며 달래봤지만 정군은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제가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 자기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어요.”

정군이 이렇게 화를 낸 이유가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안 들어서고, 짧은 칭찬으로 이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비결’을 박씨가 발견하기까지 1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는 사회복지재단인 ‘하트하트 재단’의 후원으로 2006년 3월 창단했다.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트롬본 주자인 박씨는 선배의 부탁을 받고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았다. 첫 연습 때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었지만, 되려 ‘다듬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시작했어요. 그런데 연습 때 자해를 하는 아이까지 있어 당황했죠. 주위에서는 ‘그런 아이들은 부드럽게 가르쳐야하지 않겠느냐’라고 조언하더군요. 그런데 아이들을 직접 겪어보면서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박씨는 비장애인을 가르칠 때보다 훨씬 엄격하게 이들을 다룬다. 조금이라도 틀리거나 주위가 산만하면 불호령을 내린다. 대신 칭찬을 확실히 해주는 게 비결이다. 한 명씩 정확히 지목해 친구들 앞에서 칭찬해주면 아이들은 훨씬 집중해서 악기를 연주한다고 한다. 플루트를 연주하는 이영수(21·정신지체 2급)씨는 이 오케스트라에서 처음 악기를 시작해 백석예술대학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자폐 장애의 악장이 지휘자와 눈만 맞춰도 기적이라고 했죠. 오케스트라의 발전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이제 ‘논문 주제’라고 해요.”

첫해에 세 차례 했던 연주가 이듬해에는 15번으로 늘어났다. 병원·기업 등의 초청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올 9월에는 미국 사회복지재단인 레이그래함의 초청을 받아 시카고·LA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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