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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베를린 필 공개 리허설... '나눔의 음악' 감동

등록일:2008-12-01 조회수:52,984

베를린 필 공개 리허설… '나눔의 음악' 감동
청소년 초대 감상기회 줘
 
 
21일 오전 10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회가 열리기에는 이른 시간에 평소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청소년들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관람하기 위해 줄지어 공연장으로 들어섰지만, 초청받지 못한 어른들은 로비에서 서성이며 모니터를 통해 리허설을 지켜봤다. 세계적인 교향악단 베를린필이 한국에서 공연한다고 해도 값비싼 입장료 때문에 ‘그림의 떡’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은 이번 리허설 공개로 꿈같은 감상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53) 경은 편안한 복장에 미소를 띤 채 등장했다. 그는 리허설을 시작하기 직전 “리허설이란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즐겁게 감상해 달라”고 말을 건넨 뒤 지휘를 시작했다. 이날 리허설에서 연주된 곡은 저녁 공연에 예정된 프로그램인 브람스 교향곡 3번과 4번이었다.

리허설은 실제 연주회처럼 펼쳐지진 않았다. 래틀은 단원들이 연주하는 선율에 몸을 맡기며 지휘봉을 흔들다가도, 연주를 중단시키고 의견을 교환했다. 지휘자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단원과 소통했고, 단원은 그의 말을 경청하면서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애썼다. 진짜 음악회 같은 리허설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어떻게 화음을 만들어 가는지 한 단면을 엿볼 기회였다.

1부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 로비에는 상기된 표정의 아이들이 쏟아졌다. 리허설에는 발달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관악단 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도 참석했다. 이 악단에서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는 홍정한(18)군은 “플루트를 작은 소리로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군의 어머니 정은희(48)씨는 “정한이에게 플루트는 자기 주장을 나타낼 수 있게 해준 악기”라며 “이렇게 아이들이 연주회를 보고 느끼면서 한 뼘 성장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트 하트 재단의 장진아 부장은 “훌륭한 교향악단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된다”며 “마침 우리 오케스트라가 27일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어 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힐스도프 베를린필 홍보팀장은 “베를린필은 이전 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나 클라우디오 아바도 시절부터 독일에서 청소년들에게 리허설을 개방해왔다”며 “음악을 나누는 것은 어떤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20∼21일 연주회에 앞서 열린 리허설은 베를린필의 제의로 성사됐으며, 이틀간 청소년 800명이 초대됐다.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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