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더 나은 미래] 발달장애청소년 합주단 '하트하트오케스트라'_"발달장애 청소년이 합주를? 모두가 못한다 했죠"
등록일:2011-10-26 조회수:56,177
|
하트하트재단과 함께하는 문화복지의 꿈
창단 5년…처음엔 눈도 못 마주치고 울고 소리 지르던 아이들
악기 연주 시작하면서 차츰차츰 마음의 문 열어
지금은 연습 내내 집중 타인과 소통도 잘해요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2003년이다. 같은 아픔을 지닌 엄마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모임을 만들고 자립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취재를 위해 일반 대중교통도 닿지 않는 경기도의 한 깊은 마을로 들어가서 아이들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곤혹스러움이었다. 몸은 이미 어른이었지만,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아이들이었다. 때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용감하고, 때로는 사소한 일에도 깊이 상처받는 발달장애 아동 엄마들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가 됐다. "우리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엄마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그 이후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취재하면서, 발달 장애 아이들의 모습은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수십 년간 이 아이들은 국가 복지 정책의 완벽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는 하트하트재단의 이야기를 몇 년 전 처음 들었을 때도, 과연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연주하는 동영상도 보고, 큰 무대에 섰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눈으로 보기 전까지 아이들의 '변신'을 믿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19일, 아이들의 연습 모습을 직접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송파여성문화회관을 찾았다.
오후 4시 반. 드디어 연습이 시작됐다. 박성호 지휘자가 아이들 눈을 일일이 마주치며 "자, 다 같이 갈게요"라고 외쳤다. 아이들이 일순 긴장하더니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트롬본 등 각자의 악기를 불고 키며 어우러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신세계 교향곡, 운명 교향곡 등 상상을 초월한 곡들이 흘러나왔다.
하트하트재단 장진아 국장이 "우리 아이들 너무 예쁘죠"라고 말을 건넸다. 바이올린을 켜는 한 아이를 가리키며 "점잖네요"라고 하자, 장 국장은 "정훈이는 처음 무대에 설 때만 해도 객석에 있는 아이 울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소리를 질렀는데, 지금은 관객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도 꾸벅 잘한다"고 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변화를 설명하는 목소리에는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녀의 말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정말 놀라웠다. 한 시간 넘게 쉬지 않고 연습했지만, 지치지 않고 연주에 집중했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옆에서 연주하는 친구들의 소리를 들으며 화음을 맞추고, 지휘자의 지시를 받고, 악보를 따라가며 소화하는 능력은 놀라웠다. 무대 밑에서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메모하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악보에 표시하는 부모들이 한마음으로 곡을 연주했다.
|
| ☞ 해당기사 바로가기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