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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얀뉴스] 하트-하트윈드오케스트라

등록일:2009-02-04 조회수:53,141

2009년 1월 29일(목)
이영주 기자

하트-하트윈드오케스트라

2006년 3월,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은 약 30명의 발달장애 아동들로 구성된 매우 특별한 관악단을 창단한다. 하트-하트윈드 오케스트라가 바로 그것. 몸은 청소년이지만 정신은 어린아이인 단원들은 처음에는 한자리에 모여 하는 연습조차 힘들어했다. 발달장애아들은 또래 아동보다 정신, 운동 발달 면에서 25% 정도 뒤지고 사회성도 일반아동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때문에 장시간 집중력이 요구되는 합주 연습은 단원들 자신에게, 그리고 단원들을 지도하고 보살피는 전문연주자들과 부모들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기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연습을 시작하는 데에만 2개월, 그나마도 자신이 연주하는 부분이 아니면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머리를 만지는 등 몸을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같은 해 12월에 세라믹 팔레스 홀에서 첫 공연을 가지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뒤따랐다.

하트-하트윈드 오케스트라의 첫 공연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심어주었다. 발달장애아들의 연주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연주에 청중들은 가슴으로부터 박수를 보냈다. 단원들이 그 정도의 합주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일반인 연주자보다 수백배, 수천배 더 연습해야 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그들이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지도 3년. 그 동안 하트-하트윈드 오케스트라는 2차, 3차에 걸쳐 정기공연을 가지며 숙련된 연주솜씨로 청중들을 놀라게 하고, 찾아가는 공연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희망을 선사해왔다. 지난 2008년 9월과 10월에는 미주 순회공연도 다녀왔다. 이들의 공연을 들었던 어느 교포는 다음과 같은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남겼다.


“한국에서 자폐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찾아갔다. 단원들의 실력이 너무 좋아, 일반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무엇이 다른지 느낄 수 없어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단원들은 머리를 긁고 배를 만진다든가, 공연히 웃는다든가, 손가락을 빤다든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들의 아름다운 연주가 가슴을 통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 아이들에게 어떻게 악보 보는 법과 클라리넷, 섹소폰, 오보에 연주하는 법을 가르쳤을까? 그리고 자신의 아이도 아닌 그 아이들을 이끌며 하나하나 모든 것을 가르쳤을 지휘자 선생님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정기 공연은 2008년 11월 27일 장천 아트홀에서 있었던 연주였다. 이 공연에 참석한 어느 직장인 또한 “전문 연주자들과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실력이었다. 소개인사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무대에서 이동하며 조금 우왕자왕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에야 그 단원들이 일반인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원들의 어머니가 소개될 때에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해외에서도 공연을 갖는다는 말에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를 남겼다.

다음은 하트-하트재단 장애복지팀장 오은혜 팀장과의 인터뷰이다.

-‘윈드'단원들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시면서 장애아동 부모님들에 대한 가슴 찡한 일들을 많이 접하셨을 듯합니다.
▲윈드오케스트라 단원의 모든 부모님들은 매주 2회의 정기연습에 비가오나 눈이오나 빠지지 않고 동행하십니다. 단원들의 매니저이자 친구로서, 마치 당신들이 무대에서 연습하는 것처럼 열정을 보이십니다. 멀리서는 수원과 인천에서도 연습을 위해 달려오시고요.

작년 미주 공연 때는 저희 오케스트라에 타악 단원이 없는 관계로, 세분의 학부모님께서 타악기 연주를 배우셨습니다. 집에서 냄비 뚜껑을 뒤집고 심벌, 서스펜심벌, 대고를 연습하셨어요. 피나는 연습을 통해 미국에서 7회의 연주를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내셨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악단 구성원으로서 지도하는 일은 큰 노력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함께 연습시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점들이 있고, 또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거나 소통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이 모여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음악으로 하모니를 이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실제로 파트 별로 연주하는 부분과 쉬는 부분을 구분하는 것, 조화롭게 소리를 내도록 하는데 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휘자와 파트별 지도자 선생님들은 같은 말을 계속적으로 반복해야 했고요. 단원들이 변화할 거라 믿고 인내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의 훌륭한 연주는 지속적인 가르침과 기다림, 그리고 우리아이들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2008년 9월부터 10월초까지 미국 시카고와 LA에서 7회의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주 순회공연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미주 연주는 장애아동과 학부모 스탭을 포함하여 총 63명의 인원이 참가한, 그야말로 대이동이었습니다. 가정 상황과 각각의 경제적인 형편이 다른 환경에서 비자를 받는 일부터,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는 일들 모두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13시간의 시차를 버티고, 7번의 연주를 하는 강행군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장애아동들은 자기표현이 서툴고 환경 변화에 어려움을 크게 겪기 때문에 미주 공연은 커다란 시험무대였습니다.

첫 연주 때는 시차로 인해 무대 위에서 눈이 감기고 조는 단원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연주 부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리드를 입에 대고 연주를 하는 모습이 현지의 관객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또한 시카고 최대 발달장애 전문기관인 레이그래함 협회의 핸슨 센터에서의 공연도 기억에 남습니다.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곳에서 자신들과 같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연주했습니다. 비록 언어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음악으로 소통, 교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중증 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눈시울을 붉혔지요.

-단원 조현범군이 ‘윈드'에서의 연주자 활동경력을 인정받아 2009년 대학 수시합격의 기쁨을 누렸다고 들었습니다. 그 전에도 ‘윈드'단원들의 대학 합격 사례가 있었는지요?
▲지금까지 윈드오케스트라에서 배출한 음악대학생은 총 4명이며, 그 중 2명이 올해 2009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일반인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고, 더욱이 악기 연주 실력을 인정받아 음악대학에 입학한 것은 더욱 훌륭한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영수군(플룻)과 이성민군(색소폰)이 음악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2009년 입학 예정인 단원에는 김전준군(트럼본)과 조현범군(클라리넷)이 있습니다.

-‘윈드' 창단목적은 음악을 통한 발달장애 청소년의 사회성 향상과 재활의 토대마련'입니다. 단원들이‘윈드'연주자 활동을 하며 정신적 혹은 사회적으로 어떤 성장을 보였는지요?
▲윈드오케스트라의 모든 단원들이 특수 교육이나 치료로도 고치지 못했던 부분에서 놀라운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연주하고, 정기 연습을 하며 많은 분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은 덕분이겠죠. 발달장애는 장애의 특성상 타인과 원활히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도 드물고요.

그런데 오케스트라 활동 후, 동료 단원의 악기를 보고 부모님에게 “나도 저 악기를 갖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하거나, “열심히 연습을 해서 한국종합예술학교 입학하겠다”라고 목표를 말하는 등 단원들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합주연습을 할 때 뜻대로 손가락이 돌아가지 않거나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화를 낼 때도 물론 있지만, 모든 단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답니다.

발달장애아동이 혼자서 악기를 연습하여 잘 연주하게 되는 데에도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자폐증이 있는 그들이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를 듣고 어울려 연주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하트-하트윈드 오케스트라는 ‘기적을 연주하는 관악단'인 것이다.

피나는 노력을 해 온 단원들과 그런 단원들을 가슴으로 품고 이끌어 온 전문연주자 선생님들, 그리고 부모들이 바로 함께 그 기적을 연주하는 것이다. 음악을 통한 세상과의 따뜻한 소통이 2009년에도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출처 : 월드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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