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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9월호] 클래식으로 여는 꿈의 하모니

등록일:2008-10-13 조회수:53,124




새내기 아빠 지휘자, "<말아톤> 주인공이 된 기분이에요"
소강당 무대 위에서 신나게 떠돌고 놀던 아이들, 지휘자 박성호 선새님의 등장에도 아랑곳 없다. 벌떡 일어나서 난데없이 "고맙습니다!" 하고 우렁차게 외치는 아이, 갑자기 화장실에 가겠다며 성큼성큼 나가는 아이, 멍하니 풀린 눈빛으로 코 후비는 아이까지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오케스트라다.
"자, 자, 방학 동안 연습했어? 오늘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연습이 시작되자 집중해서 들려주는 화음이 제법 그럴듯하다. 그 와중에도 악보를 구겨 아무데나 던지는 애들이 있지만 박성호 지휘자는 별루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덥고 습한 날씨에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오직 아이들이 내는 악기 소리에 정신을 집중한다.

박성호 지휘자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트럼본 연주자다. 그 또한 이곳 지휘자로 합류하기 전에는 다큐멘터리 혹은 영화를 통해서나 장애인을 접했을 뿐이다. 평범한 연주자였던 그가 지금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장애 청소년들을 지도하게 된 것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다.
"첫딸이 태어났어요.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자원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우연히 이곳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죠."

장애인 사회복지 단체인 하트-하트재단(www.heart-heart.org)에서 운영하는 하트-하트윈드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달장애 청소년들로만 구성됐다. 발달장애란 신체적, 정신적 나이가 평균보다 25%이상 뒤진 경우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폐증이 한 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청각이나 손재주 등의 감각만은 예민해 음악에 소질이 있는 아이가 많다고 한다.
"처음 지휘를 맡기로 했을때 영화 <말아톤>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체육 시간에 자폐아들이 모여 있는데 저마다 다른 데를 보고 있는 장면이요. 오케스트라 지휘를 시작할 때도, '이 아이들이 과연 나를 쳐다봐줄까? 지휘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게 다 편견이더라고요. 지금은 이 아이들을 장애인이라기보다 그저 '낯을 심하게 가리는 아이들'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일반 아이들만큼은 아니지만 힘들게, 그리고 천천히 실력이 나아지는 걸 보니 보람이 무척 커요."

< 출처 : 사색의 향기 2008. 09 vol.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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